고레에다 히로카즈만의 감성이 담긴 영화 브로커이다. 영화 제목과는 다르게 주인공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감싸주는 따뜻한 영화이다. 자칫 범죄 영화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하고 따뜻해졌다. 인물 간의 관계를 이해하며 본다면 더욱 몰입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감독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시면 된다.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는 중개인
베이비 박스에서 아기를 버리는 한 엄마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그 엄마는 바로 소영이었는데 버려진 아이를 훔쳐 거래를 하는 인신매매범인 상현과 동수가 있다.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상현은 입양이 안 될 아이들과 입양을 못하는 부부들을 연결하는 인신매매범이다. 동수와 동행하는데 훔친 아이의 엄마가 돌아오자 소영에게 사실을 고하게 된다. 팔면 돈이 된다는 확인을 받고 소영은 함께 하게 된다.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 중인 두 형사들은 아이를 거래하는 범죄자를 붙잡고자 미행을 시작하며 이 다섯 인물의 관계가 엮이게 된다.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이형사와 범죄를 확실히 포착해서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하는 수진의 대립이 존재하지만 수진의 분노로 어떻게든 범죄 현장을 잡고자 상황을 꾸며낸다. 하지만 이 인신매매범들은 입양이 되지 못하는 아이를 제대로 된 가정에게 건네주는 것이지 아무에게나 팔고자 하는 무자비한 인간들은 아니었다. 이런 거래를 중개하는 이들을 이 영화에선 브로커라고 한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자 동수는 울진에 있는 보육원에 가게 된다. 거기서 동수와 같은 보육원 출신 해진이 따라오게 되고 다섯 명의 여정이 시작된다. 아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소영은 아기 아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낳았으나 한 순간의 실수로 살인자가 되었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던 안타까운 사정을 말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브로커들과 형사는 아이를 지켜주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 죗 값을 치르는 소영과 동수 그리고 아기 '우성'을 맡아주기로 거래한 수진은 3년간 우성을 자기 자식처럼 키워주게 된다. 상현은 행방이 묘연한 채 끝이 나고 우성의 미래를 같이 이야기하자며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기로 하며 이 영화는 막을 내린다.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송강호
8번째 초청된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당당하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이다. '브로커'라는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손에 쥔 송강호는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장에서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할 수 없고 그런 배우도 없다고 말했고 행복하고 영광스럽지만 상이 목표는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마음이다라고 소신 발언을 하였다. 좋은 작품을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최고 영화제에 초청받고 격려를 받고 수상도 하게 되는 과정 자체가 있을 뿐이지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다라며 상을 받고 나서도 좋은 작품과 이야기를 새롭게 전달시키고자 하는 일련의 과정은 전혀 변함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변함없는 모습과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송강호의 모습을 칸 영화제에서 알아봐 준 게 아닐까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브로커'로 제 75회 칸 영화제에서 애큐메니컬상을 수상하였다. 애큐메니컬상은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상이다. 일본에선 이미 다큐멘터리 연출가이자 대학 교수, 영화감독으로 유명하며 한국, 프랑스 등 전 세계적으로 영화계 거장으로 불리고 있다. '브로커' 이전에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대표작으로 환상의 빛,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어느 가족, 브로커까지 1995년 환상의 빛으로 영화감독 데뷔한 이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영화 브로커 감상 후기
멀리서 봤을 땐 인신매매범들이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면 인간적인 면모가 가득한 브로커들이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쪽지가 있는 아이는 입양을 보낼 수 없고 까다로운 입양 절차에 입양을 원하는 부모들을 찾아 연결해주는 그 거래로 수익을 얻는 중개인이란 점이 비인간적이지만 좋은 부모를 찾아주려는 인간적인 모습도 존재한다.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서로가 서로의 우산이 되어주려는 점에서 따뜻했던 영화였다. 마냥 해맑고 밝은 해진이 덕분에 어두운 영화 속에서 중간중간 웃을 수 있었던 거 같다. 아기 우성이를 자기 친자식 마냥 동생 마냥 챙겨주는 사람들을 보며 소영이의 마음 또한 풀어지는 걸 보면서 다들 이런 가족 같은 게 필요한 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좋을 순 없지만 이제라도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마음 편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까웠다. 영화 내용도 어두웠지만 평소 내가 좋아하던 가수 아이유의 깨끗하고 밝은 이미지와는 정반대인 소영이란 미혼모 살인자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배우 이지은에게도 감탄했다. 연기파 배우들이 모여 빈틈없는 연기를 보면서 감정 몰입을 할 수 있었고 조금은 늘어지는 내용이다 보니 지루할 법도 했지만 다섯 명의 조합이 좋다 보니 흐뭇하게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며 봤던 거 같다.